대한민국 여성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인생의 어려움을 묘사한 영화입니다. 인생의 어려움 속에서 내가 온전히 나로 서있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여정을 담담하게 표현했습니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영화를 소개합니다.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이 영화는 2019년 10월 23일에 개봉했으며, 김도영 감독과 정유미, 공유 등의 배우들이 참여하여 제작된 118분의 한국 영화입니다. 이 영화 속의 여자 주인공은 사회생활을 하다가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끊기게 되면서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엄마로 살아가게 되는데 그 상황 속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마음의 병까지 얻게 됩니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2016년에 출간된 원작 소설 속에서는 여자 주인공(김지영)의 나이, 거주형태, 남편의 직장, 주인공의 상세한 일과까지 아주 구체적인 정보들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런 세밀한 묘사로 스토리에 현실성을 더하고 있는데, 이런 점이 소설과 영화의 차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탄탄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어서 인지, 영화에서 느껴지는 현실성으로 인해 금세 몰입을 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은 너무 힘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그렸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자냐 남자냐를 말하기 전에, 인생에 찾아온 변화가 한 인간에게 얼마나 고통과 어려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에 더 초점을 두고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화 같아서 더 몰입되는 내용
영화 속 김지영은 누군가의 딸이면서 아내이고, 또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때인가부터 틈이 나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을 할 때도 있어서 남편 '대현'은 걱정이 되지만 그 일을 아내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고민하고 있다가 본인이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합니다. 김지영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나서 집에 오면 멍하게 앉아있는 시간이 더 길어집니다.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 그로부터 오는 불안감들이 김지영을 더욱 힘들게 하고 우울감에 사로잡히게 합니다. 김지영은 대학까지 졸업하였고, 한때 직장에서도 당당하게 일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육아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고, 이제는 그냥 평범한 가정주부로써 아내와 엄마의 역할, 그리고 며느리의 역할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너무 버거운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누군가는 김지영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지영은 자기 자신이 자꾸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 불안해졌습니다. 남편 대현은 나름 집안일이든 육아이든 도움을 주려고 노력을 했지만, 김지영은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되찾고 싶었습니다. 김지영에게 나타난 신체적 이상 증세는 갈수록 더 심해졌고 그녀의 엄마는 그녀가 하는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습니다. 그녀의 엄마는 그녀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며 위로해 줍니다. 김지영은 가족의 위로와 지원으로 힘을 얻어 가며 자신이 좋아했던 글쓰기를 시도하며 작가로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게 됩니다.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여정
인트로에서 여자 주인공 김지영은 정신없는 하루를 마치고 저녁에 베란다에 서서 잠깐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그때 그녀의 뒤에서 그녀의 딸이 그녀를 '엄마'라고 부릅니다. 엄마라는 존재는 어떤 때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버겁기도 하지만 그만큼 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엄마로서 자격조건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나를 세상의 전부로 여기며 성장합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아이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맙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엄마로서의 김지영'과 그녀가 아파할 때 곁에서 위로와 공감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던 '김지영의 엄마'에 초점을 맞추면서 보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자 경력이 단절된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너무 공감이 되어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저는 두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두 아이도 어느 정도 성장하였습니다. 그 사이에 저의 경력은 단절된 지 벌써 5년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채용사이트를 검색해가며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고 있지만, 연락 온 곳은 한곳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놓고 보면 저도 참 많이 우울해지고, 다시 회사로 복귀하는 것은 어렵겠다 싶은 좌절감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는 누가 필요로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또한 누가 나를 좋아해 주지 않아도 나는 그냥 '나'로써 의미가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나의 자존감은 주변의 평가와 내가 현재 처한 상황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 5년 전 멋있고 당당하게 직장 생활을 했었던 과거의 '나'와는 달라져 있지만, 지금의 나는 지금 내게 주어진 자리에서 새로운 '나'를 일으켜 세우는 멋진 여정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댓글